[임신 40주1일] 유도분만 실패 후 제왕절개 후기/부산 순병원
임신 40주가 되는 날 유도분만을 하러 입원했다.
친정 근처인 순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었고, 담당 선생님이 자궁문이 2-3cm 열려있고 양수가 부족해서 유도분만을 하는게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자연분만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해서 복둥이를 만날 생각에 설레는 맘으로 입원을 했다.

입원실에서 쓸 짐과 산후조리원에 갈 짐을 다 챙겨서 일요일 저녁 8시30분에 입원을 했다.
입원 1일 차
8시 30분, 11시, 새벽 2시, 5시 이렇게 태동검사와 내진을 하면서 자궁문이 열리는 것과 아기가 내려오는 것을 확인했다.
병원 진료시 받았던 내진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이때 내진은 정말 아팠다. 그래도 못 참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자연진통이 있어서 촉진제를 쓰지 않고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관장을 하고, 자궁마사지 내진을 했다.
그리고 밤 11시 부터 금식이었다.
1인실에 입원했는데 본인 부담금 15만원이었지만 편하고 좋았다.

입원 2일 차
오전 7시에 또 검사를 했는데, 아기 움직임이 적고 진통이 줄어서 촉진제를 소량 쓰기로 했다.
이후 2시간 마다 내진을 하고 촉진제 양을 늘렸고, 양막을 터뜨렸다.
오전 9시에 의사 선생님이 진료를 하고, 오전 11시에 다시 확인을 했는데 자궁문은 4cm 정도 열려서 무통주사를 맞기 시작했는데 아기가 내려오지를 않는다고 했다.
오후 2시에 다시 확인했을 때 아기가 전혀 내려오지 않아서 결국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오후 3시에 마취에 들어가서 3시39분에 복둥이를 낳았다
나는 수면 마취 상태여서 태어난 직후에는 보지 못했고, 마취에서 깨어나서 복둥이를 볼 수 있었다.
입원 3일 차, 수술 2일 차
어제 하루 종일 금식이었고, 이날 아침부터 소변줄을 제거한 후에 물을 마실 수 있었다. 그리고 가스가 나와야 저녁부터 미음으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제왕절개를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복둥이가 3.5kg으로 생각보다 컸고, 머리가 좀 커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수술실에 들어갔을 때 무섭고 추워서 벌벌 떨었지만 나와 아기가 모두 건강해서 결국은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페인버스터인지 진통제? 국소마취제?를 맞아서 수술부위에 큰 통증 없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본인부담금이 있지만 이건 필수 같다.
아기가 너무 보고 싶었는데 이날 신생아실에서 수유연습을 하면서 볼 수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산모를 제외하고는 남편을 비롯한 모든 사람이 면회금지여서 남편이 많이 힘들어했다.
아가가 내 뱃속에 있다가 나왔다는게 너무 신기했다.
입원 4일 차, 수술 3일 차
순병원은 입원환자가 수액을 제거할 때 까지만 보호자가 있을 수 있게 해서 남편이 집으로 돌아가야했다.
수술 3일차가 되니 수액과 진통제도 다 제거하고 혼자 돌아다닐만 했지만 너무 서운하고 걱정됐다.
샴푸 서비스를 해줘서 머리를 나흘만에 감았다. 혼자 있으면서 책도 읽고 나름 시간은 잘 갔다.
입원 5일 차, 수술 4일 차
신기하게 몸이 많이 가벼워졌다. 수술 2,3일 째가 제일 힘들다더니 진짜 그런가보다.
채혈 검사를 했는데 빈혈기가 있다고 해서 빈혈 주사를 맞았다. 그리고 가슴마사지 서비스를 받았다. 모유가 안 나와서 초조해하고 있었는데 곧 나올 것 같다고 했다.
입원 6일 차, 수술 5일 차
갑자기 모유수유가 걱정거리가 됐다. 검색해보니 많은 산모들이 모유수유 때문에 골치아파했다. 나는 처음부터 초유만 먹이고 단유할 계획이었는데 이것도 마음대로 안 되는게 초유가 잘 안 나온다. 또 너무 많이 나와도 문제다.
새벽에 걱정 때문에 잠을 못 이뤘다.
집에서 챙겨온 어린왕자랑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두 권을 읽으면서 마음을 진정시켰다. 둘 다 너무 좋은 책이다.
갑자기 내 인생에 복둥이와 프랑스어가 나타났다. 그리고 삶이 충만해진 느낌이 든다.
실밥을 뽑고 이제 샤워를 해도 된다고 했다. 상처는 잘 아물고 있는 것 같다.
입원 7일 차, 수술 6일 차
조리원으로 옮겼다. 코로나 때문에 아무도 만날 수 없어서 짐은 간호사 선생님들이 다 옮겨 줬다.
나는 신생아실에서 아기만 데리고 1층으로 가서 조리원 차를 타고 이동했다. 바로 옆 건물이지만 차로 이동해서 좋았다. 나는 조리원 신생아실에 아기를 데려다주고, 짐은 조리원에서 다 옮겨줬다.
순병원 제왕절개 후기
딱히 걱정되는 부분은 없었다. 정은정 원장님은 결정을 내려주는 스타일이라 훨씬 안심이 됐다.
마취과 원장님도 있어서 안심이 됐다. 세종에는 마취과 원장님이 상주하는 병원이 별로 없어서 부산으로 온 것도 있다.
모두들 친절하다. 특히 신생아실은 친절하게 수유방법도 알려주고 수유할 때도 많이 도와준다.
조리원이랑 비교할 때 병원 신생아실이 더 친절하고 잘 해준다. 소아과 원장님이 회진하며 아기들도 봐준다.
병원 밥도 나쁘지 않다.
가장 큰 장점은 조리원과 병원이 연계가 잘 돼있어서 조리원에 따로 내가 연락하거나 일정을 조율하지 않아도 병원에서 알아서 다 해줬다.
단점은 장사를 너무 많이 한다. 뭐 하나라도 더 팔려고 하는 것 같다. 제대혈, g스캐닝을 비롯한 각종 검사 부터 쪽쪽이까지.ㅎㅎ
퇴원 전 날 신생아실에서 갑자기 4층 소아과 가서 쪽쪽이를 사라고 했다. 원래 신생아실에서 빌려 썼는데 이제 조리원가면 필요할 거라고 하면서.
그래서 사왔더니 조리원에서도 빌려준다.;;
드디어 출산을 했다.
유도분만 부터 제왕절개 까지 어떻게 하다보니 7일이 지났다.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너무 많은 정보를 보다 보면 오히려 걱정이 많이 되는 것 같다.
복둥이가 어떻게 내 뱃속에서 이만큼이나 자라서 나왔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다. 하늘의 별이 똑 떨어져서 남편과 나한테 온 것 같다.
너무 소중한 존재이다. 셋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