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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글쓰기, 잡생각

딴 짓거리가 필요한 월요일 아침

by 마담복둥 2020. 9. 14.

월요일 아침은 하루를 시작하기가 무척 힘들다

일주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짓누르는 것 같다

 

사실 내가 요즘 일상적으로 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남편과 같이 먹을 점심을 챙기고, 프랑스어 공부를 하고, 산책을 하고 이렇게 반복된다

그런데 이상하게 부담감이 생긴다

식단을 미리 짜두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고 

일주일 동안 프랑스어 공부를 만족할 만큼 하기 위해서는 우선 월요일인 오늘부터 시작을 해야 하고

이런 머리속으로 하는 생각 때문에 몸이 무거워진다

 

아마 가장 큰 부담감은 오늘 있는 수업일 것이다

매주 월요일 마다 한 시간 동안 선생님과 프랑스어 수업을 하는데 학창 시절 때처럼 수업은 나에게 무언의 압박이다

아무리 선생님이 칭찬을 해주시고, 아무도 내가 잘했는지 못했는지 따지지 않지만 혼자 지레 겁먹는다

잘해야 할 것 같고,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고

 

요즘은 이런 부담감과 압박을 달래는 방법을 배우고 있지만, 그것보다는 혼자 터득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30년 이상 한국 교육 시스템 아래에서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으로서 금방 변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왜 그렇게 성실했던 것인지 후회될 때가 있다.

뭐를 위해서 그랬는지 이제야 생각해 본다.

 

식단을 미리 짜지 않아서 잠이 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정말 황당했고 이런 성격 때문에 회사 일이 그렇게도 힘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내가 나를 힘들게 한 것인지.

 

다행인 것은 지금 느끼는 부담감은 별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월요일 아침을 조금 천천히 시작하면 된다.

적당히 딴짓거리를 하면서.

 

인터넷 뉴스도 좀 보고, 맛있는 걸로 나를 유인해 맛있는 걸 먹으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프랑스어는 쉬운 것부터 시작한다.

듀오링고 퀴즈를 풀거나, 공부라기도 뭣한 정리를 한다든가.

물에 들어가기 전에 몸에 물을 묻히듯 서서히 해야 하는 일에 젖어들면 된다.

 

결국 내가 느끼는 부담감은 요즘 일상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생각하기 싫어서 저 뒤편으로 미뤄놨던 것이 월요일 아침이면 스멀스멀 떠오르기 때문에 느끼는 것이다.

일주일이 시작되면 그만큼 시간이 흘러 갔다는 것이고, 앞으로도 또 흘러갈 것이고,

그렇다면 현실을 마주해야하는 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이런 과정은 모두 하나의 생각으로 모인다.

내가 복직해서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내 직업이 과연 나에게 맞는 일인가.

나는 왜 일에 대해서 이렇게 고민할까. 

그냥 돈을 벌러 가는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면서 무난하게 회사에 다닐 수는 없을까.

휴직하기 전부터 적어도 1년 이상은 이런 고민을 해왔는데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 월요일 아침마다 하는 이 행동을 잘 기억했다가, 

회사에 다닐 때도 적당히 딴짓거리를 하면서 일주일을 보내고, 또 일주일을 보내고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데 이 고민은 이미 예전에 결론을 낸 적이 있다.

나는 일에 몰입하고 싶고, 최선을 다하고 싶고, 일에서 보람을 찾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적당히 적당히 보내야 잘할 수 있는 지금의 일이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또 이런 생각이 든다.

세상에 그런 일이 있을까?

그냥 먹고살아야 하니까 하는 거지. 모두 다 마찬가지로.

또 무한반복이다.

 

언젠가는 이 굴레를 벗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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